연출 | 홍종찬
극본 | 조용
출연 | 우도환, 이유미, 오정세, 김해숙, 이엘, 김민석, Alex Landi
장르 | 로맨스, 로맨틱 코미디
공개 | 2024.11.08 (한국)
평점
IMDb: 9.2/10
Rotten Tomatoes: 40%
방랑하는 인생들의 끝.사랑 로맨틱 코미디
실수로 잘못 태어난 남자 '해조'의 인생 마지막 여행 길에 세상에서 가장 불운한 여자 '재미'가 강제 동행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나무위키)
"심심할 때 한번 봐봐!" 가끔 언니는 이런 말을 한다. 까먹고 잊다, 문득, 심심해지거나 무언가가 보고 싶은데 영화를 볼 시간은 안될 때 언니의 말이 떠오른다. 그렇게 보게 된 드라마가 Mr.플랑크톤이었다. 언니는 대부분, 대사가 기억에 남는 드라마나, 공포영화를 추천해 주는데 - 공포나 스릴러는 내가 좋아하기 때문 - 이 드라마 역시, 먹먹한 대사들로 채워져 있다. 처음에는, 이 드라마를 끝까지 보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지나니, 무척 슬픈 내용인데, 왠지 마음이 따스해지는 느낌도 들었다. 과연 나는 죽음을 맞이할 때 마지막으로 보고 싶은 장면이 무엇일까? 푸르른 하늘일까? 둥둥 떠다니는 구름일까?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일까?
플랑크톤(Plankton)
그리스어로 ‘방랑자’란 의미의 ‘플랑크톤(Plankton)’그 이름의 뜻처럼 수중 위의 부유생물을 말합니다. 그래서 우리말로는 ‘떠살이 생물’이라고 합니다. - 현미경으로 본 생명의 신비(네이버)
플랑크톤, 물 위의 방랑자 (현미경으로 본 생명의 신비)
바다의 보석(이미지 사이언스)
'현미경으로 본 생명의 신비'에서 플랑크톤을 말하는 타이틀에 예뻤다. 물 위의 방랑자. 이 글을 읽었을 때, 혹시 '조용' 작가님도 이 글을 보셨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에서, 방랑과 방황에 대한 대사들 때문인 것 같다. 가장 작은 존재이지만 가장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 플랑크톤. 플랑크톤이 멸종된다면... 지금의 바닷속 생명들을 만날 수 없을 것이다.
승혁: 너 저기 바다에 반짝거리는 게 뭔지 알아?
승아: 뭐긴, 그냥 바다 물결이지
승혁: 아니야. 저 바닷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건 플랑크톤들이 햇빛을 받아서 지들이 막 발광을 하고 있는 거야. 걔들이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는 거라고
(...)
승혁: 모든 물고기들의 밥이지, 밥. 먹이 사슬의 맨 밑바닥, 바닷속 가장 미천한 존재
승아: 불쌍하네
승혁: 근데 멋있어.
승아: 왜?
승혁: 저 하잖은 것들이 저렇게 온몸으로 빛을 내잖아? 그럼 산소가 막 겁나 뿜어져 나와. 그걸 먹고 너도 살고, 나도 살고, 이 생태계가 유지돼서 우리 지구가 좆망을 안 한다. 완전 '어메이징' 아니냐? 저 미천한 애들한테, 그런 엄청난 존재 가치가 있다는 게
(...)
승혁: 이 오빠가 죽으면 저 플랑크톤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소리시다.
(*해조의 본명은 채승혁이다. 그리고 채승아는 그의 동생이기도 하다.)
이제부터는 네 인생에 그 어떠한 목적도 두지 마.
목적지를 정해놓고 달리다가 길을 잃잖아?
그럼 그건 방황이야, 지금 너 처럼.
근데 아무런 목적지 없이 떠돌다가 길을 잃지?
그럼, 그건 방황이 아니라 방랑이야, 방랑.
- 해조
어흥: 전 솔직히 님이 좀 부럽네요.
해조: 뭐가?
어흥: 이렇게 사는 니가요. 하고 싶은 대로 저지르고 막 사는 것처럼 보여도 내 눈에는 좀...참 대단해
멋있게도 보이는 것 같고.. 난 여태 누가 시키는 대로만 하고 정해진 선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춥고, 배는 고프고, 막상 어디로 가야 될지도 모르겠고... '뭐를 해야 남들처럼 즐거울까?" 제 발로 집 밖을 뛰쳐나온 주제에, '아, 누가 나좀 주워 가 줬으면 좋겠다.' 그 딴 유기견 같은 생각이나 하고 있는데, 니 전화였어.
나의 불행이 너에게 바이러스처럼
너의 삶에 퍼지지 않길 바라고
조금이라도 나에게 행운이 찾아 온다면,
이 행운을 너에게 줄게.
나에게 필요없는 행운이라
혹시라도 그런게 나에게 찾아 온다면,
너의 삶에 놓아 주고 싶다.
행복한 결말이라고 해야 할까? 슬픈 결말이라고 해야 할까? 뭔가 슬픈데, 해조가 보는 마지막 장면은 행복할 것 같아서... 여운이 많이 남는 드라마였다. 웃긴 대사와 장면들도 많아서 장르가 로맨틱코미디이긴 하지만, 대사 하나하나에 코끝 찡해지는 순간들이 몰려오는 드라마이다. 극 중 재미(이유미), 어흥(오정세)의 모습도, 봉숙(이엘), 그리고 기호(김민석,까리)... 해조의 삶은, 재미도 있었고, 흥도 있었고, 봉도 있었고, 까리하기도 했다. 인물들의 이름, 혹은 애칭들이 삶에서 필요한 것들을 묘하게 담고 있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내 취향의 드라마가 아닐 것 같았다. 뭔가, 미묘한 그..왠지 아닐 것 같은.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다 제법 시간을 버린 경험이 떠올라서 이번엔 언니의 추천이 안먹혔다, 이렇게 결론이 날 뻔했던 드라마. 정말 심심해서 틀어놓았다가, 대사들이 들리기 시작하니 생각이 바뀌어 끝까지 잘 본 드라마였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쓴 '조용' 작가님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진다. 임상춘 작가님이 그냥 떠오른다.
내 인생 마지막 장면은 너구나!
그렇다면 뭐
내 인생도 꽤 괜찮았네
아니 재미있었어!
아주 충분히, 사랑해!
버림 받는 것, 잘못태아났다고 생각이 드는 상황들, 불행이 나에게만 온 것 같은 느낌. 드라마에서는 인물들이 가진 특징이 사회의 부정적인 모습들도 보여준다. 그럴수도 있을 것 같은... 그런 상황들에서 어렸던 주인공들이 받은 상처와 그런 마음들을 가지고 성인이 되어서 사랑 받는 모습이 되기 까지... 나는 잘 자란 어른이었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방황이 아닌, 방랑. 나는 방황도 필요한 시기가 있다고 느끼기에... 그리고 목적이 필요한 순간들도 있다는 것. 물 위의 방랑자, 플랑크톤의 존재를 다시 생각하게 된 드라마. 목적이 있는 방랑도 있을까? 괜히 쓸데없은 생각도 해보며...
방랑 (放浪)
정한 곳 없이 이리저리 떠돌아다님. - 네이버 국어사전
"불행은 누구한테든 떨어져 벼락처럼."
- 해조
( 그럼, 행운도 누구한테든 벼락처럼 떨어져 그 품에 안겼으면 좋겠다. - LM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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