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s

크리스틴 해나, "사방에 부는 바람" (두려움 속에서 행하는 선택)

 

크리스틴 해나(Kristin Hannah) | 저자(글)
은행나무 | 2023년 09월 14일

 

 

언니에게서 연락이 왔다. 크리스틴 해나의 책 아무거나 사서 보내달라고... 크리스틴 해나? 처음 들어본 작가의 이름이다. 검색해 보니 한국에서 번역된 책이 두권이 있는데, 한권은 절판되어서 캐나다로 보내줄 수가 없었고, 어마어마한 타이틀이 있는 이 책을 사서 보냈다. 그리고 한참 뒤, 언니가 다시 나에게 이 책을 보내줬다. 너도 읽어봐... 라는 말과 함께. 이 책은 제법 긴 여행을 하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책이 되었다. 언니가 다시 보내준 이유가 있겠지... 하지만 바로 읽지는 않았고, 쌓여 있는 책들 사이에 제법 오랜 시간 이 책이 자리해 오다, 올해 초에 읽게 되었다. 대단한 책이었다.

 

더보기

엘사 마르티넬리(Elsa Martinelli)는 텍사스 팬핸들(Panhandle) 지역의 농장에 살며, 어린 시절부터 가족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자존감이 낮은 인물로 그려진다. 특히 외모에 대해서 본인 스스로 예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채 살아가던 엘사는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젊은 농부 레이프 마르티넬리(Rafe Martinelli)와 결혼하게 되고, 그의 가족과 함께 농장 생활을 시작한다. 레이프는 엘사를 사랑하지 않지만 그들의 아이들과 그리고 부모님과 가족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1930년대 초, 미국 중서부 지역을 강타한 가뭄과 모래폭풍(Dust Bowl)으로 인해 엘사의 가족은 절망적인 상황에 처하게 된다. 땅은 갈라지고, 작물은 자라지 않으며, 경제 대공황은 사람들의 삶을 더욱 고단하게 만들고, 모래 때문에 아들이 아프게 된다.

엘사는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뒤로하고 캘리포니아로 향하는 대장정을 시작한다. 그녀는 노동자 캠프에서 힘겹게 살아가며, 인간의 잔혹함과 연대, 착취, 그리고 정의에 대해 배우게 되고 그녀는 용감해진다. 할아버지의 말씀처럼.

 


 

너를 위해 싸워라. 용감해져라.

- P.14

 


죽는 건 걱정하지 마라, 엘사.

제대로 살지 않는 것을 걱정해라. 용감해져라.

- P.21 (할아버지가 했던 말)

 


그녀는 불만을 입 밖에 내는 대신 묻어버리고 지냈다.

그녀가 아는 방법은 그게 다였다.

- P.37

 


"인생은 힘든 거다, 로레이다. 넌 더 강해져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네 아버지처럼 온통 뒤죽박죽이 된다."
"아빠를 슬프게 만드는 건 인생이 아니에요."
"아, 그래? 그럼 얘기를 해보라. 네 그 똑똑한 경험을 통해서 보니 무엇이 네 아버지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 같니?"
"엄마가요."로레이다가 말했다.

- P.114

 


말이란 것, 그녀로선 참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에게는 특히. 그녀는 말을 잘못할까 봐, 그를 가까이 당기고 싶을 때 오히려 더 밀어내게 죌까 봐 늘 두려웠다. 그는 로레이다처럼, 늘 기분이 변덕스러웠고, 자주 욱하곤 했다. 그럴 때면 그녀는 달랠 수도 이해할 수도 없어 겁이 나곤 했다. 그래서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 P.119

 


"열정엔 어두운 칼날이 있다. 네 아버지가 어른이었다면 네게 이 말을 해주었을 거다, 그 시시껄렁한 것들로 네 머리를 채우지 않고." 
할머니가 짜증스럽다는 듯 손을 흔들었다. "열정은 천둥이야. 왔다가 사라진다. 자양분을 주지. 그래, 하지만 물속으로 가라앉히기도 한다. ..."

- P.175 (로즈, 시어머니 말)


"이해하세요?"
"물론입니다. 두려움은 현명하죠, 그 순간이 올 때까지는...." 그가 문쪽으로 가다가 손잡이를 잡고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
"그 순간?"
그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엉뚱한 걸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 P.433

 


용기란 두려움을 무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하는 걸까, 실제로? 실행을 할 때 말이다.

- P.522

 


엘사는 자신의 할아버지를 다시 생각하며 미소 지었다. 수십 년이 걸렸지만, 이제야 그녀는 그가 해주었던 말들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삶의 관건은 두려움이 아니었다. 관건은 바로 두려움 속에서 행하는 선택이었다. 우리는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용감한 것이 아니라, 두렵기에 용감했다.

- P.550



로레이다는 눈을 감고 엄마에게 했더라면 좋았을 이야기들을 전부 생각했다. 사랑해요. 엄마가 자랑스러워요. 엄마처럼 용감한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내가 왜 엄마에게 그렇게 오랫동안 못되게 굴었을까요? 엄마는 내게 날개를 달아 줬어요. 그거 알았어요? 난 엄마가 여기 있는 게 느껴져요. 늘 그렇게 느낄 수 있을까요?
로레이다가 눈을 떴을 때 머리 위엔 별들이 가득했다.

- P.576

 


 

 

오랜만에 거의 600페이지의 책을 읽는 것 같다. 수많은 페이지를 보니, 제법 많은 사건이 들어있겠다고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고, 정말 책을 손에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빠져가며 읽게 된 책이다. 몰입도가 높은 책. 언니가 읽으라고 다시 보내준 이유가 있긴 했다. 미국의 역사가 담겨있기도 하고, 그 시대 여자들의 삶, 엄마의 삶, 한 사람으로서의, 온전히 자신으로서의 삶 등, 많은 것들이 담긴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가 떠올랐다. 이 책 역시 한국에서 번역본이 나오기 전에 해외에서 어마어마한 반응을 몰고 왔던 책인데, 언니가 아마존으로 책을 구입은 해놓고, 우리 둘은 영어로 된 저 책을 어떻게 읽을까? 생각했던 때가 떠올랐다. 그리고 한국에서 출간되자마자 캐나다로 보내주었던 책. 이 책 역시 언니는 해외에서의 반응을 보고 무척 읽고 싶었던 것 같다. 이 작가의 책 아무거나 보내달라고 할 정도라면... 정말 궁금했던 작가의 글이겠구나... 생각했는데, 정말 최고의 스토리텔러라는 말을 들을 정도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THE FOUR WINDS, new from #1 New York Times bestselling author Kristin Hannah

 

Hope is everything. 

Hope is what allows us to survive times like this. 

It's what allows us to leave wherever we are 

and go somewhere else and to put down roots

and to begin again.

 

- Kristin Hannah (영상 속 내용 중)

 

책 제목을 보면, "The Four Winds"이다. Four라는 의미가 여러 가지 있을 것 같았다. 사방에서... 라고 동서남북, 어디에서나일 수도 있고, 4개의 계절에서 불어오는 바람일 수도 있고...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나 개척의 시대와 변화를 겪는 시대의 삶은 무척 힘들겠다는 생각과 이런 시대에서 여자로서, 엄마로서의 삶은 또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 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사방에 불어오는 바람이 있다면, 나는 그걸 뚫고 나갈 용기가 있을지 모르겠다. 엘사가 아들을 살리기 위해 모래바람이 불지 않는 곳, 개척이 시작되고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한 용기. 수많은 바람을 견뎌낸 굳은 마음. 그녀의 할아버지 말씀처럼,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제대로 살지 못하는 것. 그리고 용기를 내야 한다는 것. 가족에게 사랑받지 못했던 엘사,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했지만, 시부모님의 사랑을 받았고, 자식을 사랑하는 엘사. 쉼 없이 일하는 엘사. 부당함에 용기를 내었던 엘사. 사진 한장으로 남았던 용기 있는 엄마의 모습. 안타깝게도 나는 저렇게 살지 못하리라는 것을 확신하지만, 엘사 할아버지의 말이 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긴 여운으로 남은 책이다. 그 짧은 말이 이 책의 모티브가 되지 않을까?하고 생각해 보았다.

 

사방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나에게 바람에 맞서는 것 보다, 혹은 피하는 것 보다,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가 먼저 필요할 것 같다. 아무래도 나는 피할 것 같긴 하다. 하지만 나에게도 언젠가 엘사가 아들을 위해 결정한 것처럼, 큰 결정을 해야 할 순간, 두려움에 결정을 미루거나 피하지 않기 위해서, 용감해져야 할 것 같다. - LMJ

 

 

 

Kristin Hannah Reinvented Herself. She Thinks America Can Do the Same. (Published 2021)

In “The Four Winds,” the author of “The Nightingale” and “The Great Alone” takes readers back to another era of environmental disaster, economic collapse and fresh starts.

www.nytimes.com

 

 

“때로 눈을 감으면 아직도 그 먼지 맛이 느껴진다…”
대지와 그 대지를 지켜온 사람들에 대한 헌사
밀리언셀러 작가 크리스틴 해나의 최신작

아마존 올해의 책 TOP 5 / 2021년 상반기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책

주목받지 못한 역사를 무대로 가장 사랑받는 이야기를 선보여온 미국의 밀리언셀러 작가 크리스틴 해나의 신작 《사방에 부는 바람》이 출간되었다. 출간 즉시 아마존을 비롯해 〈뉴욕타임스〉〈월스트리트저널 〈USA투데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으며, 2021년 상반기 가장 많이 판매된 성인 단행본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를 1930년대 대공황기, 먼지 폭풍에 휩싸인 텍사스 대평원으로 이끈다. 고난의 시대를 살아낸 한 여성의 삶을 그리며, 저자는 놀랍도록 풍성하게 역사를 증언한다. 실제 대공황과 함께 닥친 최악의 환경 재앙을 무대로 펼쳐지는 장대하고 감동적인 드라마 속에 각자도생을 택해야 했던 노동자들의 삶과 이러한 사회구조가 어떻게 제노포비아를 거듭 생산해왔는지 등 오늘날의 우리 눈에 무겁게 밟히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후퇴하는 세계 속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전히 대지를 믿고 살아가던 삶과 그 대지가 전하는 응원과도 같은 책이다. - 출판사 책 소개 중

 


소재: 미국의 역사적 배경(대공항, 더스트 볼)과 불공평(농민과 노동자), 가족, 모성애 

코멘트: 600페이지에 달하는 내용에는 많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끊임없이 불어대는 삶의 모진 바람, 불공평, 억울함,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견뎌내고 용기를 내는 엘사의 모습. 어떻게 보면, 또 뻔한 내용일 것 같은데, 읽으면 그렇지 않다. 드라마, 영화에 푸욱 빠지는 것처럼 몰입감이 높은 소설이다. 처음엔, 베개 높이 정도 되나? 두껍군... 그래서 시간적 여유가 있을때  읽어야지 했는데, 이 책은 넷플릭스 시리즈 8개를 몰아서 보는 정도로 후루룩 읽히는 책이어서 시간적 여유가 없어도 밤새 읽게 되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영어 제목, The Four Winds의 Four를 변화, 여정, 용기, 희망으로 담고 싶다. 그리고 이런 모진 역경에도 버틸 수 있게 하는 뿌리 같은 존재는 바로 가족인것 같다. (이렇게 길게 썼다면, 이 책은 분명 재미있다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