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윤 | 저자(글)
현대문학 | 2024년 10월 25일
안보윤 작가의 글은 '공존하는 소설'에서 '밤은 내가 가질게' 단편을 읽고, 장편은 처음 접한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는 내가 좋아하는 시리즈니까, 좋아하는 것을 수집하듯, 하나씩 수집하며 읽는 중이다. 책 표지와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은, 슬픔인데 세상 모든 곳의 전수미라.... 사람 이름일 수도 있지만, 다른 것을 상징하는 것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다.
내가 서둘러 죽기로 결심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전수미, 그 경우 없는 년한테 이것마저 뺏길 수 없기 때문이다.
고작 1년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로 전수미는 모든 불행과 관심을 독식했다.
내 앞으론 부스러기 하나 남기지 않았다.
- P.9 (책의 첫 문장)
눈과 눈썹 사이,
그 사이에 불행이 쌓여 있다고
타로 보는 여자가 말했다.
- P.32
타인의 선택을 함부로 비난해선 안 된다고,
어느 때에는 그럴 수밖에 없는 선택도 있는 거라고.
- P.75
나는 전수미에게서만 벗어나면 모든 게 괜찮아질 줄 알았다.
그러나 가는 곳마다 전수미가 있었다.
나는 세상 모든 곳의 뒷면이었다.
온 세상이 내게 전수미였다.
- P.117
물류센터에서 매일 마주치던 얼굴들이 저랬다.
모든 것이 과도한 얼굴.
노동시간도 노동의 양도 노동의 피로도 과도해 삶에 질린 얼굴이었다.
- P.118
"알고 있습니까?
오지랖이 넓은 사람은 쉽게 비난당합니다.
순진한데 오지랖까지 넓은 사람은
항상 최악의 결과를 가져오죠."
- P.125 (구원장이 전수영에게 하는 말) / 구원성동물병원
흥미로운 소재였다. 첫 문장부터 범상치 않은 소재와 주제를 다루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읽은 후의 느낌도 그렇게 남아 있다. 빛과 그림자, 내면과 외면, 선과 악 등 반대되는 묘한 면들을 흥미롭게 작가가 풀어내고 있다. 어쩌면, 세상 모든 곳의 전수미라는 의미는, 누구에나 있는 악의 존재를 말하는 것일지도... 그리고 어떻게 이를 관리하느냐에 따라 무엇이 달라질까? 재미있는 소설이다. - LMJ
세상 모든 곳의 ‘전수영’들에게 보내는 헌사
‘전수미’의 그림자 속에서도 꿋꿋하게 허리를 펴고 자라난 세상 어느 곳의 ‘전수영’들은 또 다시 악착같이 나타날 것이고 어떻게든 고발을 이어갈 것이다. 물론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뒤틀린 세상 속엔 이미 나 자신이 포함되어 있는 탓에 지금 이곳의 고발자는 곧 자신의 치부까지도 들춰낼 결단을 동반한 “나 자신의 고발자”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 최소한 “전수미가 되지 않기 위해 기를 쓰고 살아왔”던 ‘나’의 끈덕진 고집처럼 누군가의 오기와 진심은 다른 이의 용기가 되어 바깥으로 조금씩 이어질 것이다. 그러니 이 소설은 선과 악에 대한, 불가해한 악의와 위험한 매혹으로 똘똘 뭉친 ‘전수미’에 대한 서사가 아니다. “고작 이 정도의 인간”, 한참을 고뇌하고 방황한 뒤에야 가까스로 최소한의 인간을 지켜낸 세상 모든 곳의 ‘전수영’들에게 헌사된 이야기이다.
- 조대한,「작품해설」중
소재: 해야 될 것과, 해서는 안되는 것. 선과 악이라기 보다는 더 좁은 의미의 부정적인 다름
코멘트: 자매, 전수미와 전수영이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묘하게 빠져드는 내용과 잘못된 것들을 보았을 때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게 되는지에 대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책임에 대해서 여러 면으로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세상에는 드러나는 전수미와 드러나지 않는 전수미 같은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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