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호 | 저자(글)
마음산책 | 2016년 02월 25일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이 정도가 되려면, 수많은 감정과 경험을 지나왔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책을 살짝 보니, 웃음이 나오는 부분들이 있었다. 무서운 '카드값' 같은... 부제가 이해되는 책이었다. 짧은 시간에 읽기 좋은 책이다. 중간중간의 삽화들도 글과 잘 어울리고, 내 마음 같은 제목들도 있고...
『우리에게 일 년 누군가에게 칠 년』
"사흘 전쯤에 말이다······ 봉순이가 눈감기 사흘 전쯤에······."
(...)
"자고 일어났더니 얘가 내 베개 옆에 가만히 엎드려서
빤히 내 눈을 바라보고 있는 거야······
그래서 나도 잠결에 얘를 안아주려고 손을 뻗었는데······
봉순이가, 봉순이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더라······."
(...)
"그래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와서 봉순이를 왈칵 안았는데······
그렇게 한참을 안고 있다가 봉순이가 엎드려 있던 곳을 보니까······
거기에 내 양말 두 짝이 얌전히 놓여 있는 거야······."
(...)
"사람한테 일 년이 강아지한텐 칠 년이라고 하더라.
봉순이는 칠 년도 넘게 아픈 몸으로 내 옆을 지켜준 거야.
내 양말을 제 몸으로 데워주면서."
나는 묵묵히 계속 삽질만 했다.
내가 파고 있는 어두운 구덩이가 어쩐지 꼭 내 마음만 같았다.
- PP.82-83
『좀 쉬면 안 될까요?』
(사립 초등학교 아들 입학원서를 내고, 떨어 진 뒤)
"거기서도 공을 잘 못 뽑으면 어떡해요?"
기수 씨는 그 말에 아들의 손을 슬쩍 잡아주었다.
"다른 덴 공을 뽑지 않아. 그냥 들어갈 수 있어."
기수 씨의 말을 들은 아들은 잠깐 동안 끔벅끔벅 정멸을 바라보았다.
그러곤 조금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냥 들어간다고요? 학교를요? 학교 안가고 집에 있을 순 없는 거고요?"
기수 씨는 가만히 아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아들의 진짜 마음이 무엇인지 알아버린 기분이었다.
그러자 그의 마음도 조금 홀가분해졌다.
(...)
"아빠, 나 정말 유치원만 졸업하고 쉬면 안 돼요?
네? 그렇게 해주면 안 돼요?"
- P.194
웃음이 나오는 부분들이 제법 많았다. 엇,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라는 부분들이 솔직하게 담겨 있어서 웃으면서 읽었던 책이다. 가족, 친구, 반려견, 우리의 삶이 소재가 되어 담겨 있는 일기 같은 느낌이 든 책이다. 유난히도 "좀 쉬면 안 될까요?" 이 짧은 글이 제목에서부터 마음에 담겼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을 읽었을 때 정말 내 마음 같아서 웃었던... 그렇다면 지금은 잘 쉬고 있을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 해본다. 책 제목처럼, 감정이 휘몰아치는 순간에,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을 수 있길 바라며... - LMJ
짧은 이야기로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은 모든 세상의 아마추어들을 위로하다!
작가 이기호의 단편소설보다 짧은 이야기 40편을 엮은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박완서의 《세 가지 소원》, 정이현의 《말하자면 좋은 사람》에 이은 세 번째 짧은 소설로, 어디서나 펼쳐 읽기에 부담 없는 호흡으로 압축적이고도 밀도 있는 글쓰기를 보여준다. 일간지에 인기리에 연재한 짧은 소설 가운데 저자가 애착을 가지고 직접 선별한 40편을 새롭게 다듬어 선보인다. 이기호는 등단 15년이 넘었음에도 어떠한 피로감 없이 소모 없이 새로운 감각의 독보적 이야기꾼으로 자신만의 행보를 이어온 작가다. 이번에 저자가 직접 선별한 이야기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불안한 현실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가 개인의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된 현재를 관통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 출판사 책 소개 중
“이게 왜…… 이런 일들이 생긴 거죠?”
어리둥절한 삶에 대한 슬픈 농담 같은 이야기
40편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이들은 모두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린 평범한 존재들이다. 본인이 어찌할 수 없는 난감함 가운데서도 솔직하고 정직하게 그 상황을 받아들인다. 이는 우여곡절 좌충우돌갈팡질팡 우리네 ‘웃픈’ 인생사에 대한 속 깊은 위로다.
“취직이 뭐 마음먹은 대로 되는 세상인 줄 아세요!” 하고 외치는 「낮은 곳으로 임하라」 속 ‘준수’는 같은 미취업자인 ‘나’를 부모에게 사업 자금을 얻어낼 ‘볼모’로 강원도에 데려가지만 ‘나’는 도리어 배추 출하에 동원될 처지다. - 출판사 서평 중
소재: 우리의 삶
코멘트: 위로와 격려라는 표현은 출판사 서평에 많이 나오는 단어들이다. 내인적으로 위로와 격려를 받았다기보다, 피식, 웃는 공감이 더 많았다. 공감 되었다고 내가 위로를 받은 것 같지는 않지만, 내 마음 같은 글들과 제목들이 있어 사진을 많이 찍어 두었던 책이다. 특히 "좀 쉬면 안 될까요?"는 프로필 사진 용도로... 누군가에게 위로와 격려를 해주고 싶을 때, 이 책 한권을 건네도 좋을 것 같다. 어색한 위로의 말보다... 더 도움이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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