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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장손 (House of the Seasons) - 가족의 삶과 나의 삶, 얽히고 섞이는 사건과 이야기들

장손 House of the Seasons, 2024

 

감독 | 오정민
각본 | 오정민
출연 | 강승호, 우상전, 손숙, 차미경, 오만석, 안민영, 김시은
장르 | 가족, 드라마, 가족영화
배급 | 인디스토리 
개봉 | 2024.09.11.

평점
IMDb: 7.2/10
Naver: 8.67/10

 

수상
2025
▪︎  34회 부일영화상(최우수작품상)
▪︎  12회 들꽃영화상(신인감독상, 촬영상)
▪︎  23회 디렉터스 컷 어워즈(올해의 비전상)

▪︎  제61회 백상예술대상 with 구찌(영화 신인감독상)

2024
▪︎  44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영평 10선)

2023
▪︎  49회 서울독립영화제(넥스트링크상)
▪︎  28회 부산국제영화제(KBS독립영화상, CGK촬영상, 오로라미디어상)

 

장손 House of the Seasons, 2024

 

 

장손(長孫): 한집안에서 맏이*가 되는 후손
맏손주: 맏손자와 맏손녀를 아울러 이르는 말 - 네이버 국어사전

 

한국인들에게는 '장손'의 의미를 말하지 않아도 하는 그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많은 대우를 받지만 그 만큼의 기대에 자신의 꿈과 삶을 포기해야 했던 지난 시대의 장손들이 많았을 것이다. 물론 지금이라고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겠지만, 시대는 바뀌니까 장손이라는 의미 또한 한국에서도 조금씩 바뀌어 가는 듯하다. 그럼, 독립영화에서 제법 좋은 평을 얻은 영화 '장손'은 어떻게 이야기를 담았을지 궁금했다. 그렇게 긴긴 추석 연휴 중 쿠팡플레이로 보게 된 영화.

 

 

 

 

두부 공장을 가업으로 하는 3대의 이야기. 그들이 모이게 되는 제삿날, 그리고 이 집안의 장손 '성진'이 가업을 잇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아버지와의 갈등과 고모와 고모부와의 사연, 가족들의 얽힌 이야기들이 영화에 담겨 있다. 장손이라는 의미보다는 삶과 죽음, 한국의 슬픈 역사를 겪어낸 세대들의 아픔. 그리고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성진의 고민이 우리들의 고민이기도 할 것 같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세 개의 계절이 담겨있는 영화의 풍경과 마을의 모습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 영화이다. 특히 끝 장면... 

 

장손 House of the Seasons, 2024

 

장손 House of the Seasons, 2024, 가계도

 

 

할아버지: 두부 공장 가업을 지키려는 집착. 김씨 집안의 어른, 전통과 권위를 가진 존재이고, 아픈 역사를 겪은 세대로, 할아버지의 부모님의 죽음에 대해서 영화 후반부에 손자인 성진에게 자면서 얘기하는 부분이 이 집안을 어떻게 지켜냈는지 알게 함

할머니: 김씨 집안의 중심. 영화에서 할머니의 죽음이 가족들에게 커다란 의미를 주면서 갈등의 원인인 '돈'에 대한 다툼으로 이어지기도...

아빠(아들): 성진의 아빠는 법대를 나왔다. 할아버지는 성진의 아빠이자 본인의 아들이 판사가 되길 바랐지만, 아마도 그사이 민주화 운동으로 꿈을 접고 가업을 받은 것으로 비친다. 하지만 가업을 받기 전, 사진관을 하셨다. 아빠 또한 가업으로, 아들로서 자신의 꿈을 포기한 인물이기도 하다.

엄마(며느리): 성진의 엄마이자 집안일과 두부 공장 일 등 많은 일을 하는 한국의 엄마, 혹은 명절 증후군을 알게 해주는 한국의 며느리의 모습

고모들: 각자 다른 삶을 살아온 고모들의 모습은 가족이어도 사는 곳과 환경이 달라 삶의 방식도 다른 부분들을 보여줌. 고모 혜숙은 기독교. 고모 옥자는 사업으로 베트남에서 살게 되는데..

누나: 동생이 꿈을 이루길 바라는 마음이 있음. 가업을 남편과 받아야 하는 상황. 다음 세대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장손이 아니기에 집안에서의 차별을 받고 자라난 모습이 보이지만, 기죽지 않는 모습이 새로운 세대의 모습을 나타내기도 함

성진(장손): 영화에서 주인공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모든 인물이 주인공처럼 보이는 영화이다. 하지만 제목이 장손이니까 성진의 관점과 상황들이 영화에서 고모와 고모부, 자신의 졸업식에서 사고가 나서 병원에 있게 되는 고모부의 존재까지 감당하며 삶을 살아야 하는 인물. 꿈이 있지만, 잘나가는 배우가 되지 못하고 영화를 직접 만든다. 할머니의 죽음과 할아버지가 건네는 선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장손에게 내미는... 마냥 좋을 수만 없는 상황들이 겹쳐있다.

 

장손 House of the Seasons, 2024

 

 

이 영화는 단순히 가족 영화를 넘어 한국의 근현대사와 세대 갈등, 계급과 성별의 문제 등을 다양하게 얽혀서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에서 기억에 나는 것은 "제사", 그리고 "장례"이다. 점점 예식들이 간소화 되어가는 시대에서 전통을 고집하며 제사를 지내고, 전통적인 한국의 장례문화를 보여주는 이 영화는 제도와 풍습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주었다. 죽은 사람의 넋을 기리는 제사 문화, 선조들이 후대를 지켜주고 챙겨줄 것이라는 믿음이 토속 신앙적인 모습이 보여주고 있지만, 아무래도 한국에서 이런 전통문화들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이런 제사 문화를 직접적으로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명절에 지내는 제사가 며느리들, 여성들에게 얼마나 힘든 일일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제사(祭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ncykorea.aks.ac.kr

 

 

지방 쓰는 방법

예전에는 집집마다 조상의 위패(位牌), 즉 신주(神主)를 모신 사당이 있었다. 사당은 조선시대 양반층이 먼저 만들기 시작해서 조선 후기가 되면 각계각층으로 일반화되었다. 가난한 사람들도

terms.naver.com

 

 

장손 House of the Seasons, 2024

 

 

영화에서도 성진의 아빠는 방에서 술을 먹으며 편하게 있을 때, 고모와 엄마, 누나, 할머니는 명절 음식을 하느라 바쁘다. 영화는 곳곳에 이러한 장치들을 넣어두고 한국의 가부장적인 제도와 장손을 챙기는 문화, 가업을 받아야 하는 부담감 등을 보여주며, 그 안에서의 가족애도 그려주고 있다. 조부모의 사랑, 이 부분이 코끝이 찡하게 다가왔는데,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떄문에 더욱 그런 것 같다. 무속신앙을 믿는 할머니의 대사가 기억에 남는 이유는 어쩌면 자기 죽음을 짐작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

 

folkency.nfm.go.kr

 

장손 House of the Seasons, 2024

 

 

혜숙(고모): 엄마 아부지 돌아가시면 제사도 그만하자, 인자.
말녀: 이게 다 느그 잘되라고 하는기지. 누구 좋으라고 하는기고? 아참, 미화 에미야, 니 저번에 내가 말한 상조 그거 가입했나?
수희(며느리): 아이고, 어무이, 됐심더, 뭐 할라꼬예
말녀: 느그도 단디 들어래이. 저번 주에 이모하고 성암 보살한테 갔는데 아인나. 올해 할아버지캉 내캉 이별수가 있다 카더라.
미화: 할매는 그런 걸 믿나?
말녀: 웃을 일 아이다. 몇 년 전에도 몸에 칼 대는 사람 있다 카더마는 저 양반 딱 대장암 수술했다 아이가. 내 말 딘디 듣고 상조 그거 꼳 준비해라이?
수희: 예, 알겠심더 어무이.
미화: 할매, 그 보살 어렸을 때 성진이보고 대통령 된다 캤다. 
말녀: 와, 우리 집 장손이 대통령 되지 말란 법 있나?
혜숙: 래 미국에 레이건 대통령도 원래 배우였다 아이가
미화: 모까지 와 카노
수희: 아이고 아버님도 참 수박 사놨는데
미화: 와, 할배는 성진이밖에 없다 
(...)
말녀: 성진이가 올해 날삼재라 내년부터는 좀 나아질 끼라.

 

 

날삼재
- 삼재 주기의 마지막 단계로, 이 기간에는 불운과 어려움이 가장 많이 발생
- 날삼재는 변화의 종결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시기
- 나가는 것에 대해 주의해야하는 시기(분가나 독립등으로 기존의 사람이 나가는 것을 주의) - 나무위키

 

장손 House of the Seasons, 2024

 

 

영화 포스터 중, 나무가 중심이 되는 이미지가 영화를 잘 담아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작은 문구도 그렇고... 계절이 바뀌는 것 또한 표현했는데, 영화 시작 부분을 보면 장미가 피는 계절, 그리고 수박을 먹는 계절, 여름으로 시작하고, 할머니의 장례 부분(꽃상여)을 보면, 단풍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성진이 할아버지와 할머니 산소에 갔다 올 때는 겨울이다. 포스터가 계절을 중심으로 3부분으로 나뉘어있는데, 첫 번째 부분, 인생의 여름 같은... 푸르름 속에서 가족들이 사진을 찍는 모습이다. 그리고 가운데는 가을로 가는 모습. 나무를 돌아 할머니의 장례, 발인을 하러 선산으로 가는 길, 마지막 겨울 부분은 성진이 할아버지와 할머니 산소에 갔다가 돌아오는 모습을 담았다. 이 포스터 하나에 이 영화의 메시지가 다 담긴듯하다.

 

장손 House of the Seasons, 2024

 

 

영화의 영상이 무척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성진의 집 또한 그랬고, 동네의 아름드리 큰 나무도 그랬다. 가족 사진을 찍는 모습, 할머니의 전통 장례의 꽃가마(꽃상여)의 모습도 나무가 중심이 되어준다. 선산의 모습도 그렇고... 촬영 장소가 궁금해지게 만드는 영상이 기억에 남는다. 특히 마지막 장면, 약간 치매가 있는 할아버지가 두부 공장을 바라보다 산으로 향해 걸어가는 모습을 롱테이크로 담았다. 할아버지의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게 되는 마지막 영상이 긴 여운을 남기는 영화였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많이 남는 영화이다. 

 

장손 House of the Seasons, 2024

 

 

마지막으로 할머니 장례식장의 모습이다. 삼가, 빕니다 부분에서 ㅅ과 ㅂ을 의도적으로 뺀 것일까? 궁금했던 장면이다. 또한 영정사진도. 영화에서 성진이 아빠의 부탁을 무시하고 할머니, 할아버지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을 때 돌아섰던 장면이 생각난다. 결국 가족사진에서 할머니의 모습을 잘라서 쓴 부분이 내가 성진이 된 듯, 후회라는 감정이 생기는 것 같았다. 예쁘게 담아드릴걸... 죽음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는 요즘, 장례를 담은 장면들이 자꾸 슬프게만 다가온다. - LM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