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s

정지아,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작가의 책을 처음 읽었다. 캐나다에서 이 책을 가장 기대하며 기다렸는데…. 역시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재미있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할까? 백수린작가, 김호연작가, 그리고 박상영 작가의 책을 야금야금 다 읽었으니, 이제 정지아 작가의 책을 모두 읽어봐야지. 


 

하염없이 라는 말을 나는 처음으로 이해할 듯했다. - P.62 


고통이든 슬픔이든 분도든 잘 참는 사람은 싸우지 않고 그저 견딘다.

견디지 못하는 자들이 들고 일어나 누군가는 쌈꾼이 되고 누군가는 혁명가가 된다. - P.68


나는 아버지와 달리 오죽해서 아버지를 찾는 마음을 믿지 않는다.

사람은 힘들 때 가장 믿거나 가장 만만한 사람을 찾는다.

어느 쪽이든 결과는 마찬가지이다.

힘들 때 도움받은 그 마음을 평생 간직하는 사람은 열에 하나도 되지 않는다. - P.102 


그러니 아버지는 갔어도 어떤 순간의 아버지는 누군가의 기억 속에 각인되어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생생하게 살아날 것이다.

나의 시간 속에 존재할 숱한 순간의 아버지가 문득 그리워졌다. - P.110 


진정한 사람은 싸우지 않는다. 가타부타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싸우지 않는다. - P.115 
사진과 오늘 사이에 놓인 시간이 무겁게 압축되어 가슴을 짓눌렀다. - P.195


사무치게,라는 표현은 내게는 과하다.

감옥에 갇힌 아버지야말로 긴긴밤마다 그런 사건들이 사무치게 그리웠으리라. - P.231 


나는 아버지가 자전거를 세워뒀을 공간에,

자전거를 끌고 걸으며 학수가 들렀을 도로에, 아버지 마음 몇점을 남겨두었다. - P.261



2023.05.22_월

 

짧은 작가의 말에 눈물이 쏟아졌다. 나도 아빠가 그리워질 시간이 올까 봐 무섭다. 이런 마음으로 매일 아빠께 예쁜 말만 하고 말 잘 듣는 막내가 되고 싶은데…. 어렵다. 돌아서서 후회해도 이미 늦은 말들을 나는 수없이 또 뱉어낸다. 미쳤나 보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 LMJ


*사무치다 ( 사무치게 ) [동사]: 깊이 스며들거나 멀리까지 미치다. - 네이버 국어사전

이 표현이 마음에 남겨졌다. 흔한 표현인데, 이게 왜이렇게 슬픈지... 지금 다시 봐도 슬프다.

 

*아버지 마음을 '몇점' 남겨두었다니... 미치도록 슬픈 말이다. 이 표현이 머리속에 둥둥... 떠다닌다.